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준비하며 느낀 것들.#3
나에게 산티아고는 몇 년전 흘러가듯 본 책에서 본 것이 전부였고, 많은 여행자들이 한 번쯤은 찾는 유명한 장소라는 장소라는 정보뿐이었다.
그런 내게, 마치 얼마전부터 산티아고를 가라는 듯한 신호가 계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보는 모든 것들,사람들이 산티아고에 다녀온 글이나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산티아고가 요즘 핫 플레이스인가..누구 알려주실 분..?)
결정적이었던 건 아무 생각 없이 갔던 툴루즈 유명 관광 장소였던 생 세르냉 성당이 산티아고와 관련된 유적이었다는 것.
마음은 어느때보다 혼란하고, 시간과 돈은 마침 여유가 있는 이상한 순간에 이런 신호가 온 것이었다.
그래서 하루만에 산티아고 행을 결정하고, 반나절만에 준비를 끝내고. 떠나기 직전에 이 글을 쓴다.
살아가면서, 이런 사소한 신호들을 귀기울여 듣는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지켜보는 알 수 없는 어떤 존재가 나를 도와주고 사랑하는 것을 이런 순간에 느끼게 된다.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가 볼 수 있는 것만을 믿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짐을 싸는 순간부터 나는 한가지 중요한 깨닳음을 얻었다.
산티아고를 가기 위해 최소한의 짐을 꾸리려고 노력하는동안,
살아가는데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내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것이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 필요하지 않은 마음.
욕심들..
내 마음이 무거웠던 건, 결국 욕심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살아오는 동안, 욕심 때문에 얻기보다는 잃은 돈과 시간이 더 많지 않았던가.
피아노를 하다가도, 아코디언이 욕심나 배우기 시작했고, 아코디언을 하다가 클래식 아코디언이 욕심나 배우기 시작했고, 필요도 없는 아코디언을 욕심때문에 2대나 더 사버리고.
결국, 나는 그것들을 다 할 시간도, 열정도 계속 될 수 없단 걸 인정하고 정리를 해야했다.
이제는 음악에서 잠시 떨어져 휴식을 취하고 싶을 정도로 유학생활이 끝날 즈음의 나는 지쳐있었다.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매일 아침 새로운 곡을 배운다는 신나는 그 마음.
그 순수한 열정이..평생토록 계속 될 줄 알았던 그 설렘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
음악에 대한 내 열정은 삶을 즐겁게 하는 신의 선물이었는데.
내 욕심으로 신이 그 선물을 앗아가버린 것이었다..
어쩌면 내게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마음에 집착할 때마다, 신은 나에게 그 마음을 놓게 하였다.
산티아고로 가라는 신호는, 지금의 나에게 하나의 지푸라기 같은 것이었다.
그 길을 떠나기 전부터 나에게 이런 가르침을 주는 산티아고.
두려움이 가득했던 탓에 홀로 여행 한 번 해보지 못한, 내가 떠나는 첫 여행.
그 곳에서 만날 사람들..나의 모습들..이야기들이 벌써부터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