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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프랑스 길 걷기 - 뭐? 5 유로짜리 알베르게가 있다구?

시뭄 2019. 8. 26. 05:28

쉐아는 작지만 단단한 친구였다.

이미 어떤 알베르게를 갈지 계획이 다 잡혀있었다.

대충대충 걷다가 도착해서야 알베르게를 느낌대로 잡는 나와는 정 반대의 부분이 있었다.

쉐아의 말에 따르면 5유로짜리 알베르게가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알베르게 중에는 기부금만 받고 운영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5유로면 굉장히 저렴한 알베르게에 속하는 편이었다.

대부분의 알베르게는 5-15유로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5유로는 우리 돈으로 대략 6500원 정도)

첫 날은 생쟝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미리 호텔 닷컴에서 예약해 알베르게를 잡았는데 좋지도 않았던 도미토리 룸이 17유로.

식사도 포함 안된 가격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호갱잡힌 것같아 너무 분통했다.

 

하긴 뭐...처음엔 다 그렇게 당하면서 강해지는 거겠지.

암튼, 다시 산티아고에 간다면 절대 알베르게를 온라인에서 예약하지는 않을 거다.

직접 마을에 가보면 저렴한 알베르게가 많기 때문이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늘 그렇듯 씻고, 슈퍼에 갔다가 저녁을 준비했다.

대충 또 달걀을 삶아먹으려던 나는, 쉐아의 초대로 그녀가 해주는 파스타를 함께 먹기로 했다.

결국, 쉐아가 파스타를 만드는 동안 나도 그녀를 거들었다.

쉐아는 할 줄 아는 요리가 이 토마토 파스타밖에 없을 정도로 요리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고 말했고

그녀를 혼자 기다리다가는 저녁을 먹지 못할 것만 같았다.

혼자 먹는 것보다 훨씬 번거롭고 해야할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함께 먹는 식탁은 풍성했고 따뜻했다.

어느사이엔가 편리한 것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나.

이런 따뜻함들이 내 삶에서 멀어진 것은 어쩌면 그 때문은 아니었을까.

 

준비하는 동안 순례자중 누군가가 생선 통조림이 남았다며, 우리에게 나눠주어 토마토 파스타는 급 생선 파스타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사온 이베리코 하몽과 삶은 달걀,샐러드등으로 순례길 떠난 후 가장 풍성한 저녁을 먹었다.

먹는 동안, 스페인 친구 미키와 프랑스 친구 스테파노도 함께 식탁에 앉아 우린 함께 먹거리를 나누고 이야기도 시작했다.

미키는, 마침 저녁 여덟시에 이 마을에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며 구경을 가자고 제안을 했다.

 

아이리쉬 음악을 좋아하는 내게, 아이리쉬 그룹이 온다는 말은 피곤해도 무조건 가야한다는 의미였다.

결국, 난 친구들과 함께 마을 축제를 보러 길을 나섰다.

매년 열린다는 음악 축제는 꽤 규모가 커보였고, 마침 이 시기에 까미노를 걷게 된것이 행운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미키와 나는, 함께 타란텔라라는 춤을 배우고 추기도 했다.

그 순간, 삶을 정말 살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심장이 뛰고, 벅차게 행복함을 느끼는 것.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어쩌면 그런 것들 때문에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는 오늘 나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스스로 낯가림이 심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그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거워했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사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것도 흥미로웠다.

그동안 너무 사람에 대해 경계하고, 거리를 두려했고, 마음을 닫고 살았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마음을 여는 법을 알았고 이 경험이 내게 주는 자유는 엄청났다.

나의 자유가..그 한계가 한층 더 넓어진 느낌이었으니.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해주는 방법에는 혼자 여행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것도 알아버렸다.

점점 여행이 좋아질 것 같다. 어쩌지?

 

쉐아가 만들어준 근사한 파스타.심플하지만 맛있었다.

나의 눈을 사로잡아버린 5유로 숙소.

축제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친구들이 있어 행복했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