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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뭄의 아코디언 세계 여행
프롤로그 2. 땅고 때문에 아코디언을 시작하다. 본문
땅고.
고등학교 때 왕가위의 춘광 사설을 극장 개봉판으로 봤더랬다.
19금 영화였는데 교복 입고 당당히 친구와 손잡고 들어간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후 지금까지도 춘광 사설은 내 인생 영화가 되었는데, 이 영화로 피아졸라와 땅고를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줄곧 땅고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었고 결국 여차저차 땅고 동호회에 가기로 결심했다.
아무 생각 없이 자랑스럽게 땅고를 배우겠다고 부모님에게 말했다가 그 날 아버지와 심하게 다투었었다.
아버지도 젊을 때 춤을 배운 걸 안다.
그래서 더 나를 반대했던 것 같다.
아버지는 내가 옛날에 태어났으면 기생년이 되었을 거라고 했고, 홧김에 나는 한겨울에 반바지에 반팔티만 입고 맨발로 집을 뛰쳐나왔다. 그런 나를 엄마가 쫓아 나와 설득했고 결국 나는 아버지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야 했다. 마음은 그렇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바보였던 거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이 혼자 배우기 시작했으면 되었을 텐데.
그 사태 이후로 한동안 나는 외출 할 때도 아버지 눈치를 봐야 했지만 엄마의 도움으로 몰래몰래 땅고 동호회를 나갈 수 있었다.
나중에는 아예 대놓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아버지는 알면서도 내심 모르는 척 눈감아주고 계신 걸 알 수 있었다.
땅고에는 반도네온이라는 주름진 상자같은 악기가 쓰인다.
땅고라는 음악이 주는 어딘지 모를 슬픔과 애수 어린 느낌의 소리. 그 소리가 반도네온이고 땅고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악기였지만, 당시만 해도 반도네온을 구하는 것도, 선생님을 구하는 것도 힘든 시대였다.
그래서 나는 반도네온 대신 소리가 비슷한 아코디언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반도네온만큼 땅고의 공격적인 부분을 표현하기는 아무래도 쉽지 않지만, 아코디언은 음색이 여러 가지라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에도 크게 튀지 않고 어울리는 부분이 장점이었다.
땅고 외에도 재즈나 브라질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오히려 나중에는 아코디언을 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 여겨졌다.
개성이 강한 소리의 반도네온은 어쩌면, 나와는 맞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은 악기를 만져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아코디언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동호회 주인님이, 당시 아코디언에 대한 열정 하나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코디언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악기를 만드시는 김연도 사장님이셨다.
그분의 공장으로 직접 찾아가 현대 아코디언을 구입하게 된 것이 첫 아코디언과의 인연이었다.
그리고 나는 유튜브를 통해 소리를 들으며 우연히 우크라이나 작곡가가 아코디언을 위해 쓴 곡을 듣게 되었다.
아코디언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진지하게 아코디언을 배우고 싶었고, 역시 유튜브를 통해 땅고를 아코디언으로 가장 땅고와 비슷하게 연주하는 분의 소리를 듣고는 그분에게서 배우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러시아 선생님인 알렉스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주중에는 커피를 만들고, 2주마다 1시간의 아코디언 수업을 듣기 위해 서울과 포항을 거의 5년간 왔다 갔다 했다.
지금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은데 그때는 정말 미쳐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참 행복했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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