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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순례길 (9)
시뭄의 아코디언 세계 여행

나 혼자만 묵을 줄 알았던 숙소에 시끌벅적 인기척이 났다. 이탈리아에서 온 50대 남녀였다. 언뜻 듣기엔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가 주는 느낌은 비슷한 것 같았다. 뭔가 강렬한 느낌. 태양빛이 강렬한 나라들의 공통점일까. 당연히 커플일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그들은 길에서 만난 친구였다. 하지만 난 그들 사이에 뭔가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니엘라는 화장품 관련 마케팅일을 하고 있었고, 루파르보는 얼마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산티아고를 온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탈리아 사람들...나이 들었어도 참 잘 생기고 이뻤다. 다니엘라와 루파르보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 농담을 하고 웃기도하며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 우린 약간 어색했지만, 마침 엘레나가 먹으라며 내어온 수박 덕분에 우린 옥상에서 함..

약속한대로 엘레나는 그녀의 딸 코라와 나를 싣고 에스텔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엘레나는 딱 숙박비만큼의 현금을 가진 내게, 그 현금을 돌려주며 이따가 은행 갔다가 오면 달라며 이제 까페에 가서 커피 한잔과 쿠키 하나 돈이 생겼네. 하며 웃어주었다. 그 마음이 어찌나 따뜻하던지. 엘레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가 무슨 사연인지 딸과 함께 아즈퀘타에서 작은 알베르게를 운영하며 살고 있었다. 그녀의 알베르게는 여느 알베르게와는 달랐다. 그녀는 만다라를 위주로 한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였는데, 그런 그녀의 색깔이 고스란히 드러난 알베르게는 곳곳마다 그녀의 손길이 더해져 있었다. 그녀의 알베르게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명상,만다라,진동,주파수 같은 단어들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흥미로운 장..

아즈퀘타...이 마을이 대체 뭐라고 난 매력에 풍덩 빠졌나 모르겠다. 내가 제일 힘들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받아준 곳. 하지만 그것뿐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아즈퀘타의 모든 것들이 참으로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유독 느리게 흐르는 것 같던 시간까지도. 너무 작은 마을이라 알베르게 하나와 작은 바 하나가 있는 것이 전부인 이 마을에서, 나는 까미노 출발 후 가장 긴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오전 11시 반부터 알베르게 문을 두드리는 나를 귀찮아할 법도 할텐데, 청소를 하고 있던 알베르게의 주인인 엘레나는 유창한 영어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엘레나는 나에게 침대를 고르게 해주었고 나는 청소를 하는 엘레나를 배려해 마을의 카페에 가 있겠다고 했다. 여기서 작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미쳐 현금을 뽑아오지 못..

또다시 혼자 걷는 길. 누군가가 열심히 빠른 걸음으로 나를 지나쳐 간다. 나보다 훨씬 나이도 많아보이는 할아버지였다. 물집 때문에 힘겹게 걷는 나를 보더니 힘을 내라고 하시고는 빛과 같은 속도로 사라지심. 한참을 걸어가다가 나무 그늘에서 한 잠 주무시고 다시 출발하려는 할아버지와 다시 마주쳤다. 까미노에서 같은 얼굴을 자꾸 보게 된다면 그것은, 인연의 시작과 같다고 무방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프랑수아 할아버지와 안면을 트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같이 걸을 수는 없었다. 안타깝게도 걷는 속도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프랑수아 할아버지가 프랑스 사람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내가 툴루즈에 산다고 하자 즉시 반갑게 불어를 시전해 주신다. 여전히 불어가 어려운 프랑..

7-8월의 유럽은 바캉스 기간이고, 스페인 또한 수많은 축제들로 마을이 뜨겁다. 멋모르고 이 시기에 떠난 산티아고 여행은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즐거운 경험을 선사했는데, '산 페르민' 축제, 일명 스페인 황소 달리기 축제로 알려져 있는 이 유명한 축제를 직접 보게 된 것이었다. 마을 전체는 온통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고, 사람들은 나바로 지역 전통 의상인 흰색 의상과 붉은 색 스카프로 서로의 개성을 뽐낸다. 마을에 벼룩 시장 코너에서 직접 이 나바로 지역의 레이스 의상과 각종 디자인의 스카프,옷, 가방을 살 수도 있다. 시간만 있었다면 나도 그들처럼 옷을 입고, 축제의 일부분이 되고 싶었으나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 나에게 그것은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뭔지도 모르는 축제를 한다길래 동네 축제인가 했는데, ..

까미노에서의 삶은 단순했다. 걷고, 숙소에 도착하면 씻고난 뒤, 시간이 좀 있을 경우 마을 구경을 한다. 그러면서 슈퍼 마켓에 들러 간단한 저녁거리와 아침거리를 사온다. 그 동안에 빨래를 돌리는 것은 필수. 저녁을 하는 동안 빨래를 널고 걷는다. 쉐아는 과연 1년동안 세계 여행을 한 여행자의 내공으로 모든 빨래를 야물딱지게 손으로 빨았다. 나는 걷기도 지쳐 빨래까지 손으로 할 힘은 도저히 없었다. 이렇게 단순한 생활을 하는 동안에 먹은 음식들 또한 단순한 조리법을 사용한 간단한 요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주로 즐겨 먹은 것은 삶은 달걀과 햄, 요거트, 과일들이었다. 산티아고를 걷는 동안 단순한 삶과 음식이 주는 행복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나는, 나의 시간을 걷는 것과 생각하는 것에 쓸 ..

이 날 아침의 날씨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하늘에 구름은 낮고 짙게 깔려 있어, 조금은 기분좋게 쓸쓸한 공기. 날씨 때문일까 괜스레 아침부터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다. 노란 화살표를 보면 안심이 된다. 오늘의 길은 해바라기 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길이었다. 누군가의 장난인지, 정말 저절로 씨앗이 그런 모양으로 떨어진 것인지 얼굴 모양 해바라기부터 노란 화살표 해바라기까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늘은 로레나에게 이야기하고, 나만의 리듬대로 걷기로 마음먹었다. 로레나는 아쉬워하는 기색이었지만, 다시 길 위에서 만나기로 하며 서로 응원을 해주었다. 그렇게 혼자 떠난 길 위. 천천히 산책하듯 걸으며, 내가 좋아하는 작고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띌때면 잠시 멈추어 ..

팜플로나에 도착하기부터 다들, 팜플로나에 도착하면 타파스를 먹어야 한다고 난리였다. 그리고 팜플로나까지 걷게 될 길들이 아름다워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 내게 이야기해서 나름 기대를 했다. 팜플로나는 나바르 지역의 수도로, 꽤 큰 도시였고 첫 느낌은 고풍스럽지만 색채가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건물들이 오래되었지만, 다양한 색들로 칠해져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보라색 건물, 연보라색 건물들도 많았으니.. 팜플로나까지 가는 경로는 첫 날 헬 난이도였던 피레네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이었다. 길의 대부분이 마을들을 통해가는거라, 스페인의 마을과 도시,도로등을 보며 걷는 재미 또한 있었다. 자연과는 좀 멀어진 느낌이긴 했지만, 오르막이나 내리막도 별로 없는 평지 위주의 길을 걷는 행복이란. 스페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