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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뭄의 아코디언 세계 여행

아무런 준비 운동없이 시작한 산티아고 길 걷기에 몸이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마을에서 툴루즈로 가는 버스터미널이 있는 마을이 멀지않다는 걸 알았고, 마침 이 곳에서 프랑스에서 온 괴짜같은 할아버지를 만났다. 이 할아버지와는 알베르게에서 만났는데, 조금 재밌는 사연으로 만나게 되었다.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는 같은 방 사람들과 알베르게 직원들에게 프랑스어로 열심히 화를 내고 계셨는데, 마침 내가 할아버지를 도와 간단한 통역을 해주게 되었던게 인연이 되었다. 대머리 할아버지였는데, 어쩐 일인지 머리 쪽에 상처가 나 피가 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밴드를 좀 붙여달라고 하며, 우리는 한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었다. 그는, 산티아고에 매년 자전거를 타고 좋아하는 길만 골라 ..

나 혼자만 묵을 줄 알았던 숙소에 시끌벅적 인기척이 났다. 이탈리아에서 온 50대 남녀였다. 언뜻 듣기엔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가 주는 느낌은 비슷한 것 같았다. 뭔가 강렬한 느낌. 태양빛이 강렬한 나라들의 공통점일까. 당연히 커플일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그들은 길에서 만난 친구였다. 하지만 난 그들 사이에 뭔가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니엘라는 화장품 관련 마케팅일을 하고 있었고, 루파르보는 얼마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산티아고를 온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탈리아 사람들...나이 들었어도 참 잘 생기고 이뻤다. 다니엘라와 루파르보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 농담을 하고 웃기도하며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 우린 약간 어색했지만, 마침 엘레나가 먹으라며 내어온 수박 덕분에 우린 옥상에서 함..

약속한대로 엘레나는 그녀의 딸 코라와 나를 싣고 에스텔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엘레나는 딱 숙박비만큼의 현금을 가진 내게, 그 현금을 돌려주며 이따가 은행 갔다가 오면 달라며 이제 까페에 가서 커피 한잔과 쿠키 하나 돈이 생겼네. 하며 웃어주었다. 그 마음이 어찌나 따뜻하던지. 엘레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가 무슨 사연인지 딸과 함께 아즈퀘타에서 작은 알베르게를 운영하며 살고 있었다. 그녀의 알베르게는 여느 알베르게와는 달랐다. 그녀는 만다라를 위주로 한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였는데, 그런 그녀의 색깔이 고스란히 드러난 알베르게는 곳곳마다 그녀의 손길이 더해져 있었다. 그녀의 알베르게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명상,만다라,진동,주파수 같은 단어들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흥미로운 장..

아즈퀘타...이 마을이 대체 뭐라고 난 매력에 풍덩 빠졌나 모르겠다. 내가 제일 힘들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받아준 곳. 하지만 그것뿐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아즈퀘타의 모든 것들이 참으로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유독 느리게 흐르는 것 같던 시간까지도. 너무 작은 마을이라 알베르게 하나와 작은 바 하나가 있는 것이 전부인 이 마을에서, 나는 까미노 출발 후 가장 긴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오전 11시 반부터 알베르게 문을 두드리는 나를 귀찮아할 법도 할텐데, 청소를 하고 있던 알베르게의 주인인 엘레나는 유창한 영어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엘레나는 나에게 침대를 고르게 해주었고 나는 청소를 하는 엘레나를 배려해 마을의 카페에 가 있겠다고 했다. 여기서 작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미쳐 현금을 뽑아오지 못..

또다시 혼자 걷는 길. 누군가가 열심히 빠른 걸음으로 나를 지나쳐 간다. 나보다 훨씬 나이도 많아보이는 할아버지였다. 물집 때문에 힘겹게 걷는 나를 보더니 힘을 내라고 하시고는 빛과 같은 속도로 사라지심. 한참을 걸어가다가 나무 그늘에서 한 잠 주무시고 다시 출발하려는 할아버지와 다시 마주쳤다. 까미노에서 같은 얼굴을 자꾸 보게 된다면 그것은, 인연의 시작과 같다고 무방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프랑수아 할아버지와 안면을 트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같이 걸을 수는 없었다. 안타깝게도 걷는 속도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프랑수아 할아버지가 프랑스 사람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내가 툴루즈에 산다고 하자 즉시 반갑게 불어를 시전해 주신다. 여전히 불어가 어려운 프랑..

미친 스페인의 축제를 뒤로하고, 아쉬움속에 작별해야했던 아침. 왜냐하면 이 축제는 이번주 내내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하루중 잠깐만 보았던 내게는 너무나 짧은 한여름의 꿈처럼 느껴졌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다시 와보고 싶은 축제다. 발의 물집이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서 더이상 쉐아의 속도와 비슷하게 걸을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오늘은 혼자 천천히 걷기로 했다. 몸이 아프니까 동행을 만들고 싶어도 폐가 될까..그럴수가 없다. 인생에서도 그렇듯이. 까미노는 작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그래서 까미노에서 얻는 작은 경험들, 작은 배움이 그렇게 소중한 것인가보다. 그러나 마음이 닫혀있다면 이 것들을 보고도 배울 수 없다. 내가 오늘 놓친 배움들은 얼마나 많을까. 내 마음이 열린 만큼 내가 배울 수 있는 것 ..

7-8월의 유럽은 바캉스 기간이고, 스페인 또한 수많은 축제들로 마을이 뜨겁다. 멋모르고 이 시기에 떠난 산티아고 여행은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즐거운 경험을 선사했는데, '산 페르민' 축제, 일명 스페인 황소 달리기 축제로 알려져 있는 이 유명한 축제를 직접 보게 된 것이었다. 마을 전체는 온통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고, 사람들은 나바로 지역 전통 의상인 흰색 의상과 붉은 색 스카프로 서로의 개성을 뽐낸다. 마을에 벼룩 시장 코너에서 직접 이 나바로 지역의 레이스 의상과 각종 디자인의 스카프,옷, 가방을 살 수도 있다. 시간만 있었다면 나도 그들처럼 옷을 입고, 축제의 일부분이 되고 싶었으나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 나에게 그것은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뭔지도 모르는 축제를 한다길래 동네 축제인가 했는데, ..

까미노에서 가장 행복하고 희망에 벅찬 발걸음을 내딛는 시간은 아마도 아침이 아닐까. 아침의 공기는 상쾌하고, 태양은 그렇게 강렬하지 않으며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오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 까미노를 기분좋게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좋은 예감도 든다. 이 생각이 점점 꺾이기 시작하는 것은 태양이 강렬해지고, 바람은 식어버리는 오후쯤이 되면서부터. 어제의 동행길이 서로 즐거웠던 나와 쉐아는, 서로 함께 걷자는 약속은 없었지만, 아무 말없이 서로가 서로를 기다려주는 것으로부터 동행이 시작되었다. 뭐랄까..직접적으로 같이 걷자고 말하고 계획을 잡고 걷는편보다, 뭔가 더 자연스럽고 편안했고.. 설레는 기분도 들었다. 말없이, 이 친구도 나와 함께 걷고 싶어하는구나..하는 맘을 느꼈을 때의 설레임은, 만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