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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뭄의 아코디언 세계 여행
3. 낮에는 바리스타, 밤에는 거리 연주자 본문
커피를 만들고, 한 시간 일찍 출근 해 가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다가 밤에는 피아노 학원을 빌려 아코디언을 연습했다.
그런 싸이클을 안정적으로 7년 정도 쉬지 않고 굴려왔던 것 같다.
처음으로 아코디언 동호회에서 연주를 했고, 매년 겨울이면 선생님은 제자들을 위한 콘서트를 만들어 우리는 한 곡 씩을 연주해야만 했다.
처음 무대에 혼자 섰을 때의 막막함이란..
권투 링에 혼자 서본적은 없지만, 아마 그런 느낌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아무도 나를 대신해 싸울 수 없고, 내가 해야만 하는 싸움.
시작도 끝도 내가 해야만 하는 덩그랗고 커다란 무대.
나에게 첫 무대는 그런 느낌이었다.
무서워서 손이 덜덜 떨렸지만 어쨌든 정신없이 해냈었다.
때마침 기타를 연주하는 친구와 연이 닿아 나는 그동안 시도해 보고 싶었던 음악들을 이것저것 카피하고 편곡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그게 카피이고 편곡이란 것도 모른 채 그냥, 내가 좋아하는 그 곡들을 어떻게든 우리의 악기 구성으로 완벽히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고민할 뿐이었다.
피아졸라의 곡들, 클래식, 브라질 음악 등.. 어느새 레퍼토리가 갖추어진 우리는 거리 공연을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작은 책방을 운영중인 오래된 내 친구의 기획력으로 우리만의 작은 벼룩시장과 버스킹을 콜라보한 거리 연주를 계획했다. 유랑 살롱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우리의 매니저가 되어준 친구는 놀라운 손재주와 기획력으로 우리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처음으로 스티커라는 걸 대량으로 주문해보았고, 친구와 대학교때 배운 요리 실력으로 스콘과 잼을 만들고 포장 용기를 주문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포장까지 완료.
애플 시나몬 잼에는 우리 집에 굴러다니던 꿀 반통을 거진 다 집어넣었는데, 나중에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날아왔다.
알고 보니 토종꿀이라 겁나 비싼 꿀이더라는 것.
어쩐지 저쩐 지 한 번 맛본 사람들이 다 집어가는 바람에 애플 시나몬 잼은 일찍 완판 되었다.
친구는 어디에선가 중고 옷가지와 신발들을 가져왔고, 독립 출판물 책 보따리들을 풀어 우리의 벼룩시장은 꽤 풍성한 구성을 갖추게 되었다.
다시 하라면 절대 못하겠는데 그 때는 이 모든 일들이 마냥 재미있었다. 진짜로.
당시 너무 앞서간 탓인지, 독립 출판물은 훑어보기만 할 뿐 별 소득은 없었다.
하지만 팔찌 사러 왔던 사람들이 남은 돈을 유랑 살롱의 버스킹 통에 넣어주기도 하고, 추억이 어린 곡을 신청해주시고 기분 좋게 세종대왕님을 내고 가신 은혜로운 아저씨 등.. 우리의 첫 수입은 공연 수익만으로 80000원 남짓되었다. 거기에 벼룩시장의 수익까지 더 해 첫 기획 치고는 대박이었다.
우리는 오늘은 김밥 천국이 아닌 소고기를 먹으러 가야 한다며 한껏 들떠 부푼 미래를 꿈꿨다.
이 조합으로 세계를 떠돌아다니자고.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처음의 성공과 달리, 어떤 날은 기름값이 안 나올 때도 있었다.
오늘 김밥 천국이야. 오늘은 짜장면은 먹겠다. 이런 대화가 오고 가며, 결국 우리는 흐지부지 흩어지게 되었다.
지금 우리의 매니저였던 그 친구는 고향에서 홍차를 파는 작은 독립 출판물 책방을 오픈하였고, 유랑 살롱은 나의 프랑스 유학 결심으로 인해 해체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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