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출국

드디어 모든 준비가 완료되고 출국일.

베트남 항공이라는 저가 항공을 이용했는데, 프랑스까지 가는데 꽤나 저렴한 가격이었다.

두근거리며 첫 해외 장거리 비행에 올랐다.

경유지에서 잠시 기다리다 베트남 항공으로 갈아타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아코디언 무게가 무거우니 비행기내에 갖고 탈 수 없다는 얘기였다. 

영어는 안되고 설명은 해야하는데 그 때 주변에 아무도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것이 제일 아찔했다.

바디 랭귀지로 겨우겨우 설명하며 사정을 얘기했는데 절대 안된다며 다른 방법을 알아보란 얘기만 하는 여승무원.

 

비행기 표를 하나 더 사서라도 갈 수 없겠냐고 사정 얘길 하는데, 한 남자 승무원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악기임을 확인하더니 별거 아니라는듯이 괜찮으니 같이 가지고 타라는것이 아닌가.

얼마나 고마웠지 모른다. 해외 비행이 처음이라 기내 수화물 무게에 대해 생각지도 못했고, 저가 항공이기 때문에

기내 수화물 한도가 낮은 편이었던것이다. 악기를 수화물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인데..

다른 연주자들은 비행 할때마다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지 노하우가 있을까?

십년 감수했다. 여튼..

 

의외로 베트남 항공의 서비스 질이나, 식사 퀄리티는 저가 항공치고 아주 좋은 편이었다.

14시간 정도의 비행을 하고, 나는 프랑스 오베르뉴 공항에 도착했다.

학교가 머나먼 산골짜기에 있는곳이라, 파리에 도착하고 국내선 비행기를 한 번 더 탔어야했다.

프랑스에 도착하니 날씨가 급작스레 추워졌다.

처음 도착한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된 풍경은 레게 머리를 허리까지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린 흑인 할아버지가

이어폰을 끼고 공항 직원으로 일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모습이 아닐까. 

또 스튜어디스가 젊고 날씬한 사람들만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다양한 나이대의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이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이런 부분은 참으로 부러웠다.

 

택시를 타고 공항 근처의 숙소에 도착하고서야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오베르뉴 지역에서 유명한 소고기 스테이크와 감자 튀김을 저녁으로 먹고 다음날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는 밤이다.

 

다음날 아침을 먹으러 가는데, 나처럼 등에 아코디언을 짊어진 작은 소녀를 발견했다.

그 아이도 나를 발견했고, 우리는 서로 웃으며 첫인사를 나누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유스라. 이집트에서 벌써 두번째로 우리 학교를 방문한다고 했다.

유스라는 이집트에서 꽤 유명한 가수이며 작곡가라고 했다.

우리는 함께 학교까지 우리를 데리러 올 이봉 아저씨를 기다리기로 했다.

 

1년내내 나를 너무나 많이 도와주셨던 이봉 아저씨

 

유스라와 이봉 아저씨

유스라와 나

잠시 후, 통통하고 성격 좋게 생기신 이봉 아저씨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이봉 아저씨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잘 하는 분이어서, 가는 동안 우리에게 학교와 마을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해주셨다. 

 

유럽의 흔한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