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뭄의 아코디언 세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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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학 이야기

10. 괴짜 선생님 클로드

시뭄 2019. 6. 29. 21:03

월요일은 늘 오후 2시부터 수업이 시작되었다.

금요일은 점심을 먹고 난 후부터는 수업이 없다.

악기 연습이라는게 늘 그렇듯, 수업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 연습시간과 음악에 대한 열정.

1-2평 정도 남짓한 작은 사이즈의 개인 연습실들이 학교 여기저기에 있었다.

대부분 창도 없고, 그야말로 들어가면 아코디언 연습만 하는 그런 방이었다.

 

숙소는 개인실부터 최대 3명까지 쓸 수 있는 방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나는 개인실을 썼기에, 좁은 연습실 대신 내 방에서 연습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렇지만 한번씩은 다른 친구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연습실에서 연습하기도 했다.

 

누군가가 내 연습실에 써놓은 응원의 메시지

 

음악 이론을 가르치는 괴짜 클로드와의 시간. 

키가 작고 다부진 체격의 클로드는 츤데레 캐릭터를 가진 독특한 선생님이었는데, 역시 예전부터 이 스니마의 학생이었다. 클로드의 수업에 지각은 절대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늘 칼퇴근 칼출근하는 캐릭터였고, 만약 클로드의 수업에 지각하게되면 사무실에서 (클로드의 수업에만 사용되는 )결석했다는 작은 쪽지를 받아와 클로드의 교실에 있는, 거의 다 죽어가는 30CM정도 크기의 선글라스 낀 선인장의 가시에 그 종이를 꽂아놓고서야 무사히 그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선인장은, 그동안 지각한 무수한 아이들의 쪽지를 몸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모습으로 말라가고 있었다.

 

클로드는, 학생이었을 때는 클래식 아코디언을 공부했고 세계적인 아코디언 콩쿨에도 출전하였다.

지금은 머리가 빠져서 휑하지만, 젊은 시절 그의 사진은 꽤나 귀여운 인상이었던 것 같다.

난 그를 처음 봤을 때, 약간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닮은것 같다고 생각했다.

클로드는 스니마에서 같이 공부하던 부인과 만나 결혼했고, 최근에 귀여운 아이의 탄생으로 행복한 아빠 생활 중이다.

생소브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에서 그는, 꽤 커다란 자신의 음악 학교를 가지고 있었다.

그 학교에서는 클로드가 교장이었지만, 대부분 초등학생들이 많았다.

클로드는 자신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쁨과, 스니마에서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쁨을 인생의 낙으로 사는 것 같았다.

유일하게 학교에서 밥을 먹지않고, 점심시간마다 자신의 빨간 딱정벌레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가정적인 남자이기도 했다.

클로드의 교실에는 장난감 총, 장난감 화살등이 여러 대 놓여있었다.

자신이 산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학생들이 선물한 것이다.

 

클로드는 수업도중 버벅거리는 학생이 있으면 말없이 일어나 조용히 화살을 장전하는, 그런 선생님이었다.

학교에 리나라는, 70대임에도 소녀같은 수다쟁이 할머니가 있었는데 클로드와 리나는 친한 앙숙같은 사이였다.

수업도중에도 복도에서 리나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면, 몰래 총을 장전하고는, 리나! 하고 리나를 부르곤 했다.

리나는 대부분은 속지않았지만, 한번씩 문을 열고 리나가 들어오면 클로드는 기다렸다는 듯, 스폰지 총알을 그녀에게 날리곤 했고, 클로드의 이 앙증맞은 무기들 덕분에 우리는 음악 이론 수업 시간을  그리 지겹지않게 보낼 수 있었다.

 

클로드는 아주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는데, 어디서 배웠는지 수업시간 마다 종종 한국말로 다같이!라고 말하곤 했다.그럼 아이들은 또 알아듣고 다같이 떼창을 부르곤 했다.

그는 한번씩 나에게 프랑스어로 된 단어를 이야기하며 이 말을 한국어로 뭐라고 하느냐고 물었다.

난 그에게 만세, 불쌍한 소녀, 가난한 소녀등의 단어를 가르쳐주었는데, 이 말은 고스란히 클로드가 나를 놀려먹을때 나에게 돌아오곤했다.

클로드는 어딘가 어수룩해보이고 늘 어렵다고 징징거리는 나를 놀려먹기를 아주 좋아했던것 같다.

 

학교 친구들. 오른쪽 맨 아래가 소녀같은 내 친구 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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