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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 - 생쟝에서 오리손 산장으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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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 - 생쟝에서 오리손 산장으로...

시뭄 2019. 8. 9. 03:56

피레네를 넘는 중간에는 오리손 산장이 있었다.

12시가 조금 안되어 나는 오리손 산장에 도착했다. 7월말..한 여름이라고는 해도, 아침 무렵의 산은 꽤나 쌀쌀한 편이었고 몸이 조금 차가워져있었다.

산장에서는 간단한 샌드위치와 야채 수프를 팔고 있었다.

나는 꽤나 많은 양의 야채 수프를 먹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까미노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것을 알 수 있었다.

산장 한 쪽에는 태극기가, 그리고 한국 사람을 위한 설명서도 있었다.

방명록에는 한글이 가득했고, 오리손 산장의 주인 아저씨는 내게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다.

신기했던건, 나에겐 바로 한국어로 인사를 했고, 내 뒤를 따라 온 중국인에겐 바로 "셰셰"를 말했다는 점.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주인 아저씨의 눈썰미가 상당함을 느꼈다.

 

피레네 산맥의 날씨는 한마디로 변덕스러웠다.

안개가 자욱한가 싶더니, 어느 순간 햇살이 가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산맥의 가장 높은 부분을 넘을때는 갑자기 비가 퍼부어서 황급히 준비한 우비를 꺼내 입어야만 했다.

 

미쳐 가방이 우비에 덮이지 못했는데, 그 부분을 내 뒤를 지나가던 한 청년이 다시 덮어주었다.

나중에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오리손 산장을 지나 조금 더 가면, 하얀 트럭 한대가 있는데 허기진 순례자들을 위해 과일과 삶은 달걀등을 파는 할아버지가 계신다. 

나는 걸음도 늦고, 저질 체력인 편이라 내가 도착했을 때엔 겨우 삶은 달걀이 2개가 남아있었다.

 

잠시 달걀을 먹으려고 자리를 잡는데, 아까 만났던 그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앙트완.

퀘백에서 온 레바논 청년이었다.

까미노는 처음이라고 했지만, 서핑과 여행을 좋아한다고 했다.

지금은 퀘백의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지만, 곧 고향인 레바논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한동안, 같이 걸었다.

걸음이 느린 나를, 앙트완이 한동안 보조를 맞추어 주었고 우리는 까미노와 종교,철학,시시한 농담등을 하며 길을 같이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리는 어느사이엔가 걸음의 속도가 달라 자연히 헤어지게 되었다.

 

까미노에 혼자 오면, 새로운 친구를 많이 만날 수 있다.

나는 평소에 낯을 가리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까미노를 걷는 동안 꽤나 많은 동행을 만났다.

우리는, 만났다가, 헤어졌다가...다시 만나기도 하고, 다시는 볼 수 없기도 했다.

마치 인생처럼...너무나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마음의 평정을 잃어야만 했던 내 지난 날들을 생각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었는데.

왜 그때는 그것을 흘러가게 두는것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까미노 위에서는, 누구나 혼자다.

같이 걷고있다고 해도, 자신의 짐을 짊어지고 걸어내야 하는 것은 온전히 나 자신일 뿐이었다.

까미노 첫째 날.. 더는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물처럼 흐르게 두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레바논에서 온 청년 앙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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