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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 - 나바로 지역 대표 축제 '산 페르민' 피에스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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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 - 나바로 지역 대표 축제 '산 페르민' 피에스타

시뭄 2019. 8. 31. 19:27

7-8월의 유럽은 바캉스 기간이고, 스페인 또한 수많은 축제들로 마을이 뜨겁다.

멋모르고 이 시기에 떠난 산티아고 여행은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즐거운 경험을 선사했는데, '산 페르민' 축제, 일명 스페인 황소 달리기 축제로 알려져 있는 이 유명한 축제를 직접 보게 된 것이었다.

마을 전체는 온통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고, 사람들은 나바로 지역 전통 의상인 흰색 의상과 붉은 색 스카프로 서로의 개성을 뽐낸다. 마을에 벼룩 시장 코너에서 직접 이 나바로 지역의 레이스 의상과 각종 디자인의 스카프,옷, 가방을 살 수도 있다. 시간만 있었다면 나도 그들처럼 옷을 입고, 축제의 일부분이 되고 싶었으나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 나에게 그것은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뭔지도 모르는 축제를 한다길래 동네 축제인가 했는데, 이건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거리마다 사람들은 몰려서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고 바글바글 수다를 떨거나 노래를 했다.

매일 오전 8시에는 황소들이 거리를 질주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나도 까미노를 떠나기 전 이걸 보려고 기다렸는데, 순식간에 황소들이 지나가버려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생각했던 만큼 커다란 체구의 투구소가 아니라 약간 새끼 투우소 같은 느낌이어서 아쉽기도 했고.

하지만, 투우소와 사람이 함께 길거리를 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소가 달리는 아침에는 거리의 대부분은 봉쇄되고 일직선으로만 거리가 뚫려있다.

 

이 외에도 마을 지역에 있는 투우장에서는 투우를 해서 소를 죽이는 의식을 치르기도 했다.

구경해볼까 하다가 너무 비싼 가격에, 밖에서 몰래 보는 사람들 틈에서 같이 지켜보았는데 마침 투우를 끝냈는지 커다란 검은 투우소의 시신을 트레인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소의 몸은 창으로 찌른 상처 투성이어서, 전통 축제의 일부라고는 해도 마음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걸 보고 나도 모르게 살짝 소리를 지르고 말았는데, 주위에 있던 스페인 사람들은 그런 나를 재미있다는 듯이 보고 웃기도 했다.

 

거대한 거인들이 거리를 행진하기도 하고, 수많은 음악가들이 거리에서 연주하기도 했다.대회

또 거리에서는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대회를 주체하기도 했는데, 내가 본 특이한 축제 하나는 나바로 지역 특유의 비명 소리 지르기 대회였다.

인디안 비명처럼 "알라라라라라랄라~~~~~~" 하는 목청에서 나는 소리를 아주 길고 우렁차게 외치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엽기축제.

아이부터 노인,남녀노소할 것없이 마이크 앞에서 쏴리 질러~ 완전 잼난 대회였다.

스페인 사람들, 놀 때 정말 화끈하게 논다 싶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이 사람들,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피하질 않고 오히려 반가워하며 꼬레아를 외쳐주기도 한다.

한국과 스페인의 정서가 많이 닮았다나?

내가 봐도 그런 것 같기는 했다.

축제는 밤새도록 계속 되었고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알베르게가 10시면 닫기 때문에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와야했다.

12시에는 투우소를 태우는 축제가 진행된다고 했다.

아닌 밤중에 여기 소들에게는 정말 안쓰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날은 정말 잠이 들기 어려웠다.

알베르게는 시내 중앙부에 있었고, 밤새 취객들의 수다떨고 비명지르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선명했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사람들이 떠난 휑한 분수대 광장을 보았을 때 너무나 재밌는 풍경을 보았다.

광장 전체가 한바탕 쓰나미가 지나간 듯, 쓰레기 더미로 지저분하기 그지없었고, 그런 광장의 모습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청소차가 왔다갔다하면서 청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페인 사람들의 미친 열정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며, 그렇게 나는 다시 까미노를 걷기 시작했다.

 

말들의 행진

사람들의 통일된 복장이 눈에 띈다.

페스티벌을 알리는 음악 소리

코코넛(?) 열매와 팝콘같은 과자

호텔 캘리포니아를 열정적으로 부르는 버스커

키스를 날리는 아코디언 아저씨

마을 중앙에 있는 교회

그렇게 그는 데스페라도를 연주하기 시작하는데..

아코디언 연주자가 많아서 나로써는 더욱 행복한 여행이었다.

 

축제의 열기가 대낮부터 뜨겁다.

이런 동네에 살면 친구들과 1년마다 얼마나 즐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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