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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뭄의 아코디언 세계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 길 위에서 만난 멋쟁이 프랑수아 할아버지 본문
또다시 혼자 걷는 길.
누군가가 열심히 빠른 걸음으로 나를 지나쳐 간다. 나보다 훨씬 나이도 많아보이는 할아버지였다.
물집 때문에 힘겹게 걷는 나를 보더니 힘을 내라고 하시고는 빛과 같은 속도로 사라지심.
한참을 걸어가다가 나무 그늘에서 한 잠 주무시고 다시 출발하려는 할아버지와 다시 마주쳤다.
까미노에서 같은 얼굴을 자꾸 보게 된다면 그것은, 인연의 시작과 같다고 무방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프랑수아 할아버지와 안면을 트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같이 걸을 수는 없었다. 안타깝게도 걷는 속도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프랑수아 할아버지가 프랑스 사람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내가 툴루즈에 산다고 하자 즉시 반갑게 불어를 시전해 주신다. 여전히 불어가 어려운 프랑스 4년차.하아..
프랑수아는 목적지 마을보다 한 마을 더 가서 묵고 싶다고 했다. 사람이 많이 복작이는 것이 싫다며..
나는 목적지 마을보다 한 마을 덜 가서 묵고 싶다고 응수했다. 몸이 많이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헤어지고 길을 걷다가 알베르게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와이파이가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가 에스프레소 한잔을 음미하고 있는 이 프랑스 인 할아버지를 또 만났다. 어허허.
이 때만 해도 살짝 어색했던 우리.
에스프레소와 얼음을 시키는 나에게 살짝, 미소로 응대해 주신다. 나 그 맛 알지. 하는 것같은 시선.
그런데 스페인에서 처음 아이스 커피를 시킨 나에게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카페 주인이 영어를 못하는데 겨우 "아이스 + 커피" 라고 말한 내 말 뜻을 어찌 어찌 알아듣고 내게 건넨것이..
아이스 커피가 아닌 아이스와 커피...즉 얼음과 에스프레소 한잔 딸랑이었다.
쉩...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유럽에는 없는 것인가.
그렇게 나는 물도 없이 얼음 잔에 에스프레소를 쏟아붇고 한 입에 털어넣었다고 한다.
마침, 얼마 후에는 스페인에서 툴루즈로 돌아가야 하는 나는 프랑수아에게 어떻게 가야할지 방법을 아느냐고 물었고,
그는 팜플로나에 가서 버스를 타거나 블라블라 카를 이용하라는 귀띔을 해주었다.
그러고 헤어진 우리가, 결국 중간 지점 마을의 같은 숙소에서 뙇하고 운명처럼 다시 마주쳤다.
"어?!?"
다시 만난 프랑수아와 나는 서로 너무 반가워 어쩔줄을 몰랐다.
그새 정이 들었는가...나는 프랑수아 할아버지가 산전수전 비행전까지 겪은 여행 매니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학 교사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누군가에 대해 점점 알아가게 되는것..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것이었다. 그의 얼굴 인상 전체에서..그가 여행을 많이 해 본, 삶에 대한 현자같은 오로라를 풍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랄까, 내면의 향기가 아름다워 보이는 영혼을 만난 기쁨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좋은 벗을 하나 만든 느낌이었다.
프랑수아가 길을 알려주어 우리는 황소 달리기까지 함께 보고 헤어졌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분이었다.
오늘따라 길을 걷는데, 너무나 힘이 들었다. 분명 황소 달리기보고 아침에 출발한 시각이 8시 반 정도였는데, 11시 반쯤..그러니까 세시간 정도 걸었는데 발이 너무나 아파 벌써부터 걷는것이 너무 힘이 들었다.
까미노 도착하고 내 리듬을 무시하고 남들 걷는 속도로 따라하려던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오전 11시 반...나는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오래 휴식을 취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것이 내 영혼의 안식처가 된 작고 평화로운 스페인의 마을 아즈퀘타와의 첫 만남이었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나를 받아준 아즈퀘타.
그곳으로 가는 길은, 내 평생의 로망이던 라벤더 밭이 깔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비록 작긴 했지만, 생전 처음 라벤더 밭을 보게 된 나로서는 너무나 기뻤던 순간이었다. 늘 꼭 한 번은 보고 싶었던 장면이기 때문이었다.
마치 나와 무슨 깊은 운명으로 엮인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벌써부터 와닿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현실이 되었다.

넌 언제나 우리가 지켜주고 있어.



멀리 보이는 일직선의 돌산들이 너무나 아름답다.

아즈퀘타의 상징같은 삼각형 산. 놀랍게도 산꼭대기에 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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