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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 와인이 무한정 나오는 와인 식수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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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 와인이 무한정 나오는 와인 식수대

시뭄 2019. 8. 31. 20:00

미친 스페인의 축제를 뒤로하고, 아쉬움속에 작별해야했던 아침.

왜냐하면 이 축제는 이번주 내내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하루중 잠깐만 보았던 내게는 너무나 짧은 한여름의 꿈처럼 느껴졌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다시 와보고 싶은 축제다.

발의 물집이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서 더이상 쉐아의 속도와 비슷하게 걸을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오늘은 혼자 천천히 걷기로 했다.

 

몸이 아프니까 동행을 만들고 싶어도 폐가 될까..그럴수가 없다.

인생에서도 그렇듯이. 까미노는 작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그래서 까미노에서 얻는 작은 경험들, 작은 배움이 그렇게 소중한 것인가보다.

그러나 마음이 닫혀있다면 이 것들을 보고도 배울 수 없다. 

내가 오늘 놓친 배움들은 얼마나 많을까. 내 마음이 열린 만큼 내가 배울 수 있는 것 또한 많은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길을 걷는데, 평범해보이는 식수대 주변에서 사람들이 움직일 생각을 않고 모여있었다.

뭔가 싶어서 가까이 가보니 식수대에서 나오고 있던 것은 붉고 진한 색의 와인이었다.

솔직히 와인을 즐겨하지않는 나에게는 메리트가 없는 식수대이긴 했지만 호기심에 한 번 맛을 봤다.

씁쓸하면서도 시원했다. 술을 왜 마시지. 이렇게 쓰기만 한데...그렇게 나는 아직 초등 입 맛인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였다고 한다.

특히 레드 와인을 마시면, 입술과 혀가 검붉게 물들어 뱀파이어처럼 변하곤 하는게 싫어서 레드 와인은 더더욱 내 취향은 아닌듯.

 

암튼 이 지방은 와인이 유명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와인 박물관이 나왔다.

순례길 걷다보면 까미노 근처에 요런 작은 박물관이나 교회가 나올 때도 피곤하니까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데, 그러지 말고 꼭 들어가보시길 권한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와 보겠는가. 게다가 이런 곳에 또 스탬프를 받을 수 있는 행운도 놓쳐서는 안된다.

 

걷다보니 이번엔 대장간이면서 각종 철로 만든 아름다운 조형물을 파는 장소를 발견했는데, 왠만하면 기념품같은거 잘 안사는 내 지갑도 열만큼 솜씨좋은 대장장이 아저씨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대대로 이 곳을 하고 계시다고 했는데,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아녕하세요.'라고 어설픈 한국말을 친근하게 시전해주신다.

까미노 조가비 목걸이가 4유로 정도 했는데, 너무나 마음에 들어 결국 하나 사고 말았다.

지금 봐도 잘 샀다 싶다. 목걸이에 자연스레 얼룩덜룩한 무늬가 들어간 조가비였는데 마치 세계 지도의 축소형같아서 여행과 까미노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의미있는 물건이 될 것이었다.

 

까미노를 떠나기 전과 나는 달라졌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아직 그리 많은 길을 걸은 것은 아니지만, 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는지를 배웠고, 그것이 내가 생각하던 만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단 걸 알게되었다. 이렇게 나의 세상의 크기는 한 뼘 더 넓어졌고 나의 자유는 더 커졌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짐을 싸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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