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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학 이야기

19.보헤미안 친구 니노

시뭄 2019. 7. 24. 22:37

보통 우리 학교에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은 학교 내의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는데 니노는 기숙사 생활에 불평이 많았다.

cnima의 방학은 1년에 2주씩 4번이나 있었고, 방학때마다 학교에서 하는 특별 수업을 듣지 않으면 그때마다 방을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니노는 생소브에서 지낼 집을 마련했다. 

집값은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이 곳 프랑스에서는 CAF라는 주택보조금이 국가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이런 작은 시골 마을의 방 한칸은 한달에 10만원이면 구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오베르뉴 지역의 겨울이 꽤 춥기 때문에 난방비가 든다는 사실이었는데 이번달만 20만원의 보일러값이 나왔다고 니노는 투덜댔다. 급해서 이 집을 구하긴 했지만, 곧 전기 보일러가 아닌 방으로 다시 알아봐야겠다고 했다.

 

니노는 스페인 혈통을 가진 프랑스 인으로, 기타, 플룻,아코디언,색소폰, 클라리넷 등 여러가지 악기를 (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루었고 음악에 대한 욕심이 남다른 친구였다.

피아노 아코디언을 하다가 버튼 아코디언이 더 매력 있게 느껴져 지금은 버튼 아코디언을 연주한다고 했다.

니노는 보헤미안 스타일의 아름다운 눈을 가진 친구였는데, 파란색 캠핑카를 사서, 내부를 안락하게 뜯어고쳐 전국을 돌아다닐 꿈을 꾸고 있었다.

실제로, 그 해 여름 니노는 트럭을 완성하고야 말았는데, 그 솜씨가 전문업자 뺨치는 수준이라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여행을 좋아해서인지 생소브에서 드물게 영어를 잘 하는 친구였다. 물론 그런 그에게 스페인어와 불어는 기본이었다.

 

니노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고, 자꾸 이야기하고 싶게 만들어지는 친구였다. 

니노에게 한가지 고질병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엉덩이에 주먹만하게 난 커다란 종기였다.

결국, 그는 방학에 결심을 하고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에 커다란 구멍이 엉덩이에 생겨버렸다.

그 이후에 혼자 집에서 니노는 무척 앓았었다. 나는 정말로 니노가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

한 여름에도 이불을 동여메고 얼마나 아팠는지 앓는 소리를 끙끙 내면서 식은 땀을 흘렸기 때문이다.

그 때 아픈 니노를 지극정성으로 돌본 것은, 니노의 가족이 아닌 이스라엘에서 온 친구 갈라였다.

갈라는 니노를 위해, 병원에 전화를 걸어 불친절한 간호사와 싸우기도했고, 니노의 일에 자신의 일같이 화를 내며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또 병원에 차를 끌고가 직접 그를 데려가고 돌봐주기도 했다.

 

갈라는 니노의 엄마에게 전화했지만, 그의 엄마는 멀리 있어 올 수 없다는 말만 짧게 했다고 한다.

니노와 엄마의 사이가 딱히 나쁜 것 같진 않았지만, 자식보다는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한 프랑스라 그런가 했다.

내가 놀랐던 것은 갈라의 태도였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다른 이를 돕는 것. 그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일이 지나고 니노가 다시 건강해지기까지는 몇 달의 시간이 걸렸다.

갈라에게 니노라는 든든한 가족이 새로 생겼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니노는 전적으로 갈라의 말을 믿고 항상 도움을 주고 받는 존재가 되어있었다.

 

나는 그로부터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을 배웠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자신처럼 생각하고 돕는 것. 그리고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것.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어느사이엔가 개인주의적인 삶을 살고 있으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기보다 돈을 주고 해결하는게 마음 편해진 세상이 아닌가.

 

남매같이 친한 갈라와 니노

갈라의 남자친구 하울과 쥴리앙.

음악가들의 작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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