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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학 이야기

20. 아름다운 몽도르

시뭄 2019. 7. 25. 22:00

학교 근처의 몽도르로 친구들과 산책겸 산행을 갔다.

프랑스 남부 시골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냥 카메라만 들고 아무대나 찍어도 윈도우 바탕화면 급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도 꽤 많았다.

함께 갔던 친구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50대 쟝 미쉘과 학교에서 주방장 일을 하고 있는 오딜, 프리 마돈나 아코디어니스트인 니콜이었다.

이 세 친구가 스포츠 마니아였던걸 몰랐던 나는, 가벼운 산책인 줄로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그 날 25km를 걷고 고관절이 탈골 되는 줄 알았다.

게다가 발걸음은 어찌나 빠르던지.

 

쟝 미쉘은 나중에 나에게 몹시 미안해하며, 마지막 하나 남은 작은 쵸콜렛 바 하나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오베르뉴 지역의 산들은, 평지처럼 완만하게 뻗어나가고, 나무가 있는 부분과, 풀밭만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풀밭 부분을 걸을때는 산이 아니라, 조금 높은 몽골 대평원 지대를 걷는듯한 느낌이었다.

오르막을 오를 때 경사가 그리 높지않아 힘들지 않겠다 싶었는데, 보기와 달리 잔잔한 경사가 만리장성처럼 끝도 없이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잠깐 확 높아지는 경사가 낫겠다 싶은 생각이 종종 들기도 했다.

 

저질 체력인 나를 중간에 세우고 친구들은 중간 중간 "싸바? (괜찮아?)" 하고 헉헉대는 나를 걱정스레 보았다.

평소에 운동을 즐겨하는 체질이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티가 났다.

하지만, 멀리 보지않고 앞서가는 오딜의 뒤만 보고 갔기 때문에 어느새 산행은 끝을 맞이하고 있었고,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사실, 오딜은 학교에서 주방일을 혼자 도맡아하며 우리의 세끼 식사를 책임지는 요리사였다.

오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여장부처럼 걸걸한 목소리에 총 주방장 답게 할말은 대놓고 하는 까칠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난 사실 오딜이 좀 무서웠다.

하지만, 이런 강한 인상과 달리, 오딜의 마음은 따뜻하고 여리다는 걸 이 날 산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비록, 학교 주방에서는 소리지르는 마녀 오딜이지만, 이런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는 오딜은 누구보다도 나를 걱정하고 챙겨주는 오딜이었기 때문이다.

이 후, 나는 오딜이 아무리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도 그녀가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그리고 이 날, 오딜과 쟝미쉘 사이에서는 로맨스가 싹텄다고 한다.

 

윈도우 배경 화면의 위엄

오베르뉴 지역은 소고기가 유명하다.

이 때만해도 마냥 즐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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