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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뭄의 아코디언 세계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셋째 날- 해바라기를 보며 상념에 잠기다. 본문
이 날 아침의 날씨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하늘에 구름은 낮고 짙게 깔려 있어, 조금은 기분좋게 쓸쓸한 공기.
날씨 때문일까 괜스레 아침부터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다.
노란 화살표를 보면 안심이 된다.
오늘의 길은 해바라기 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길이었다.
누군가의 장난인지, 정말 저절로 씨앗이 그런 모양으로 떨어진 것인지 얼굴 모양 해바라기부터 노란 화살표 해바라기까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늘은 로레나에게 이야기하고, 나만의 리듬대로 걷기로 마음먹었다.
로레나는 아쉬워하는 기색이었지만, 다시 길 위에서 만나기로 하며 서로 응원을 해주었다.
그렇게 혼자 떠난 길 위.
천천히 산책하듯 걸으며, 내가 좋아하는 작고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띌때면 잠시 멈추어 그것들을 바라보고 마음껏 사진에 담았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문득 깨닳았다.
내가 사진 찍기를 좋아하며, 이렇게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까미노를 떠나기 전, 나는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어느 순간 계시처럼 다가왔던 산티아고에 관한 것들을 듣고 보면서 하루만에 결심한 산티아고 여행은,
더이상 내게 더 잃을 것이 더 없는 순간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음악 공부를 하러 하던 일도 관두고 프랑스에 유학을 오고, 4년동안 너무 좋아서...미쳐서 공부를 했던 나.
하지만 마지막 1년의 시간동안 실제로 음악가로서의 삶을 접하면서 생각보다 내가 무대에 적합한 성격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의 당황스러움이란.
그 때 내가 알게된 나는,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기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의 곁에서 그를 도와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란 것이었다.
어디로 가야할지...나이는 마흔을 다 해 가는데 너무나도 두려운 마음이 가득했다.
웃고 있는 해바라기들
고흐가 이 풍경을 봤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노란 화살표 모양의 해바라기.
까미노 길마다 순례자들을 안내해주던 노란 화살표가 내 인생에 있어주었다면.
그러나 알게 되었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까지도, 나는 옳은 길 위에 있었음을.
인생에 틀린 길이란 없다는 것을.
내가 한가지 더 알게 된 것은, 첫 날과 둘째 날 모두 꼴찌로 도착한 나를 보면서 내 리듬이 남들보다 느리다는 것이었다.
그것뿐 아니라, 음악을 들을때도 빠른 음악보다는 느린 음악을 좋아하고, 연주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첫날엔 초조했지만, 점점 나는 내 리듬을 스스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즐기는 나를 발견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이니까.
빨리 간다면, 빨리 쉴 수 있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겠지만 걸어가는 과정 중에 이 아름다운 풍경들과 여유를 즐기지 못할것이다. 나는 내 리듬과 삶을 살아가는 내 방식이 차츰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까미노에 내가 와야했던 이유는 까미노가 전하는 이 메세지를 알아차리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속도는 모두 다르며, 다들 빨리가든 천천히 가든 결국은 도착하게 되니 조급해 하지 말라는 것.
언젠가는 자신만의 색을 가진 꽃으로 피어나게 되는,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
나의 꽃은 천천히 나만의 색을 고르고 조금씩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을것이란 거였다.
이 표지판을 보면서 남은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어쩐지 쓸쓸하지만 기분좋았던 날씨.
구름 그림자가 드리워진 들판이 멋지다.
해바라기 씨를 수출하는지 도처에 해바라기 밭이 가득. 로맨틱한 농사다,정말.
속이 탁 트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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