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뭄의 아코디언 세계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 - 쉐아와 함께 천천히 또 같이 걷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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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 - 쉐아와 함께 천천히 또 같이 걷기.

시뭄 2019. 8. 22. 01:26

우리의 리듬은 꽤나 잘 맞았고, 같이 이야기 하느라 발이 아픈 것도 잊고 수다를 떨며 까미노를 걸었다.

쉐아는 현재 홍콩에서 일어난 시위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홍콩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홍콩에 전혀 농사를 짓거나 과수원 등...식량을 재배하기 위한 시스템이 없다는 것에 놀랐다.

쉐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아마 홍콩이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닐까라고.

별 생각없이 질문을 던졌던 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홍콩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하며 걷는 동안, 우리는 오르막의 정상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사진 찍고 싶을만한 뷰가 몰려 있었고, 오르막길에 지친 순례자들을 위한 작은 휴식터도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선인장들이 모여있던 신기한 장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너무 좋다.

 

한글도 꽤나 많이 보인다.

 

사람들의 작은 소망들이 모인 돌 탑. 

 

나라면 그냥 보고 지나쳤을텐데, 쉐아는 고심해서 작은 돌멩이를 하나 집어오더니 주섬주섬 필통을 꺼내기 시작한다.

뜨악했다.

헝겊으로 된 필통 안에 한 뭉치의 펜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까미노에 사람들이 들고 오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무엇이 좋아하는 지를 알 수 있다.

한 예로, 오다가 처음으로 배낭에 기타를 넣고 걷는 사람을 보았다.

아코디언을 메고 까미노를 왔다면...상상만으로도 끔찍해 얼른 생각을 지웠었다.

 

쉐아는 열심히 펜으로 돌에 무언갈 그리기 시작했다.

Add Oil이 뭐냐고 물으니까, 홍콩에서는 힘내라는 말로 젊은이들이 주로 쓰는 말이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Add Oil을 서로 외치고는 다시 힘을 내어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황금 손 쉐아가 뚝딱뚝딱 그린 돌멩이 조각.

순례자들의 조형물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드넓은 들판

오후의 햇볕은 생각보다 매우 뜨겁다.

까미노에 묻힌 누군가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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