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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 엘레나의 알베르게, 그 곳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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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 엘레나의 알베르게, 그 곳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

시뭄 2019. 8. 31. 21:14

약속한대로 엘레나는 그녀의 딸 코라와 나를 싣고 에스텔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엘레나는 딱 숙박비만큼의 현금을 가진 내게, 그 현금을 돌려주며 이따가 은행 갔다가 오면 달라며 이제 까페에 가서 커피 한잔과 쿠키 하나 돈이 생겼네. 하며 웃어주었다. 그 마음이 어찌나 따뜻하던지.

엘레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가 무슨 사연인지 딸과 함께 아즈퀘타에서 작은 알베르게를 운영하며 살고 있었다.

그녀의 알베르게는 여느 알베르게와는 달랐다. 그녀는 만다라를 위주로 한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였는데, 그런 그녀의 색깔이 고스란히 드러난 알베르게는 곳곳마다 그녀의 손길이 더해져 있었다.

그녀의 알베르게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명상,만다라,진동,주파수 같은 단어들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흥미로운 장소임이 분명했다.

오늘 내 발이 아파 나를 이 아즈퀘타에 머물게 한 것은 어쩌면 오래전부터 예정되어있던 일이 아니었을까.

엘레나는 알베르게의 2층에 자신의 거주 공간갖을 갖고 있었고 순례자들은 3층과 1층을 이용한다.

침대는 전부 1층으로, 깨끗하고 청결하다.

처음, 엘레나는 이런 멋진 공간을 기부금만으로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누군지 말하진 않았지만)소중한 사람을 잃은지 얼마 안되었고, 혼자 딸인 코라를 키워야한다는 생각으로 몹시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 책임감의 무게가..자식이 없는 나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겠지만..그녀의 표정으로부터 어느정도 짐작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어느사이엔가 그림도 그릴 수 없을 정도로 생활에 시간을 투자해야만 할 정도였다니.

한눈에 보아도 엘레나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지쳐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삶 뒤에는 이런 보이지않는 무게가 숨어있었다.

하지만 엘레나는 강한 사람이었다. 이미 여러가지를 새로이 계획하고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 마을은 작고, 그래서 사람들은 큰 도시에서만 머물고 싶어한다며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카페를 해 볼까도 생각한다고 했다. 나에게 카페를 만들면 와서 피아노를 연주해 달라는 엘레나.

나는 엘레나에게 이 마을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녀는 '그건 네가 섬세한 영혼을 가진, 나와 같은 예술가이기 때문이야.'라고 말해주었다.

 

스스로,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나에게 그 말이 얼마나 따뜻하게 들렸는지...영혼에 닭고기 수프 한 사발을 엘레나가 넣어준 느낌이었다.예술가라는 자부심. 그 마음이 주는 의미를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우리는 만난지 얼마 되지않았지만, 서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소통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엘레나의 알베르게에는 늙고 아름다운 고양이 한마리가 살고 있었다.

고양이라면 껌뻑 죽는 나에게는 이 알베르게가 천국 그 자체였다. 

그냥 이 곳에서의 시간이 마냥 행복해서, 내일이 오지않았으면..하고 바랬을 정도였으니까.

 

엘레나의 알베르게 전경.

손수 만든 사랑스런 장식들

손님들이 오면 간혹 이런 멋진 그림을 남기고 간다고 한다.

하마터면 진짜인줄.

가장 맘에 들었던 만다라.

엘레나의 알베르게는 작고 소소한것들로 가득하다.
이름모를 아름다운 들풀.
빨간 항아리가 조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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