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뭄의 아코디언 세계 여행

22. 울랄라, 언제나 맑음인 내 친구 얀. 본문

프랑스 유학 이야기

22. 울랄라, 언제나 맑음인 내 친구 얀.

시뭄 2019. 12. 20. 20:17

얀, 야누,야누쉬키.

그를 부르는 애칭은 다양했다. 난 처음에 얀이 게이인줄 알았는데, 여성스러운 말투와 몸짓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늘 함께 다니는 프랑소와라는 친구와 수상한 관계가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

나중에 그 이야기를 얀에게 하니 깔깔거리며 뒤로 넘어가게 웃는다.

 

얀은 상냥하고 다정한 친구였다. 개는 싫어하며, 고양이와 여자아이들을 사랑하는 취향 확고한 친구였다.

언젠가 얀은 내게 오스트리아에서 아코디언 하나만 들고 버스킹을 하던 시절 이야기를 해주었다.

유럽에서는 버스킹으로 돈을 벌 수 없다며, 오스트리아에서 아멜리에의 ost만 연주했을 뿐인데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자랑을 했다. 몇 곡 연주하고는 자리만 옮겨 같은 레파토리로 계속 돈을 벌었는데 그 돈이 꽤나 쏠쏠해서 여행 비용을 하고도 남았었다고. 언젠가 다시 갈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얀은, 결국 지난 여름 오스트리아로 가서 새로 만난 여자 친구와 버스킹과 함께 거리에서 크레페 장사를 해서 대박이 났다고 소식을 전했다.

 

늘 손으로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던 얀은, 수제 맥주, 와인,치즈,소세지,심지어 학교의 나무에 그네와 벤치,해먹까지 뚝딱뚝딱 잘도 만들어냈다. 요리 실력은 또 굉장해서 채식주의자이던 친구조차 얀의 프랑스식 쇠고기 요리를 먹고 싶어했을 정도였다.

한번은 얀의 소식을 들었는데, 오스트리아 여행 중 얀이 열흘간이나 사라져 여자 친구가 경찰에 연락을 했다고 한다.

그 일이 얀이 사는 프랑스의 동네 라부불의 신문에까지 났다고. 실종자를 찾는다는 기사와 함께 얀의 얼굴이 대문짝하게 신문에 났었다고 했다.

결국, 얀을 찾아낸 곳은 오스트리아 사막 한 가운데 있는 동굴 안.

자기때문에 난리가 난줄도 모르고, 태연하게 사막에서 아이들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참 얀답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직물 염색을 배우러 인도에 갔다고 한다.

인생을 산다면 얀처럼 살아보는것도 멋질것 같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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