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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간의 산티아고 여정을 마치며...

시뭄 2019. 12. 20. 17:18

아무런 준비 운동없이 시작한 산티아고 길 걷기에 몸이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마을에서 툴루즈로 가는 버스터미널이 있는 마을이 멀지않다는 걸 알았고, 마침 이 곳에서 프랑스에서 온 괴짜같은 할아버지를 만났다. 이 할아버지와는 알베르게에서 만났는데, 조금 재밌는 사연으로 만나게 되었다.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는 같은 방 사람들과 알베르게 직원들에게 프랑스어로 열심히 화를 내고 계셨는데, 마침 내가 할아버지를 도와 간단한 통역을 해주게 되었던게 인연이 되었다.

대머리 할아버지였는데, 어쩐 일인지 머리 쪽에 상처가 나 피가 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밴드를 좀 붙여달라고 하며, 우리는 한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었다.

그는, 산티아고에 매년 자전거를 타고 좋아하는 길만 골라 타고 온다고 했다. 물론, 거기까지 자신의 자동차로 자전거를 운반해간다.

 

사실, 어떻게 그 마을까지 가야하나 막막했는데 기가 막히게도 이렇게 또 인연이 찾아왔다.

할아버지에게 조심스레 부탁을 하니 흔쾌하게 허락을 해주며, 너에게 진 빚 이렇게 갚는거야 하신다.

그 마을까지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근처에서 내려주면 나는 조금만 더 걸어서 버스 터미널까지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마을에 도착한 나는,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몇 시간만에 툴루즈에 도착하게 되었다.

마치,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처럼.

(참고로, 스페인의 마을 안내원이 내게 해준 말에 의하면 스페인-프랑스로의 이동은 기차보다는 버스가 값도 싸고 시간도 빠르다고 알려주었다. 평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기차 철로를 놓는데 상당한 요금이 들었기 때문이라나..)

툴루즈의 길거리를 까미노 조가비가 달린 베낭을 메고, 까미노에서 쓰던 지팡이를 짚고 걷는데 나만 낯선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다시 까미노를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내가 멈추었던 그 마을에서 다시, 오롯이 내 리듬을 따르는 까미노를 걸어보고 싶다. 처음엔 적응기간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즈퀘타에서 엘레나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기도 하다.

내가 원한다면 언제나 그 곳에 있을 엘레나와 작은 아즈퀘타의 까페를 상상하면 어쩐지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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