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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뭄의 아코디언 세계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 엘레나의 속 이야기.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들과의 만남. 본문
나 혼자만 묵을 줄 알았던 숙소에 시끌벅적 인기척이 났다.
이탈리아에서 온 50대 남녀였다. 언뜻 듣기엔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가 주는 느낌은 비슷한 것 같았다.
뭔가 강렬한 느낌. 태양빛이 강렬한 나라들의 공통점일까.
당연히 커플일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그들은 길에서 만난 친구였다.
하지만 난 그들 사이에 뭔가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니엘라는 화장품 관련 마케팅일을 하고 있었고, 루파르보는 얼마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산티아고를 온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탈리아 사람들...나이 들었어도 참 잘 생기고 이뻤다. 다니엘라와 루파르보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 농담을 하고 웃기도하며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 우린 약간 어색했지만, 마침 엘레나가 먹으라며 내어온 수박 덕분에 우린 옥상에서 함께 수박을 먹으며 자연스레 이야길 나눌 수 있었다. 마치, 엘레나가 이럴 줄 알았다며 일부러 분위기 살리러 수박을 주고 간 것 같았고 그 마음씀씀이가 참 고마웠다. 다니엘라가 영어를 거의 못해서 우리는 루파르보를 통해 이야기를 했다.
다니엘라는 이미 한 번 산티아고 완주를 했다고 했고 산티아고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하다못해 그녀의 손톱에는 산티아고의 표식인 노란 화살표가 그려져있었다.
뭐랄까, 약간 커리어 우먼같은 느낌의 아름답게 늙어가는 사람같았다.
루파르보는 조금은 허풍스러우면서도 자신을 기사중에 기사라고 소개하는 젠틀맨이었다.
자식들 사진을 보여주는데, 너무 예쁘고 잘생겨서 배우인줄 알았다.
엘레나가 차려준 저녁은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야채 카레밥과 스페인 서민 음식인 감자 계란 오믈렛, 샐러드.그리고 빵까지.
양이 어찌나 푸짐하던지 나는 남겨버리고 말았다. 미안, 엘레나.
많이 걸어야하니 많이 먹어야 한다고 푹푹 퍼주던 엘레나.
식사 후, 다니엘라와 루파르보는 한참동안 서로 무슨 이야기인갈 나누고 있었고 나는 방에서 혼자 내일의 일정을 점검하고 있었다. 혼자 있을 내가 신경쓰였는지 엘레나가 올라와 내게 불편한 건 없느냐고 물어준다. 이런 엘레나의 세심한 마음이 나는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시작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걱정과 음악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했고, 엘레나는 자신의 고민과 삶에 대한 걱정들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고 위로하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엘레나는 우리가 같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녀의 입에서 주파수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나는 많이 놀랐고, 우리가 같은 종류의 사람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우리의 주파수가 비슷했고 그래서 서로 만나게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녀는 연신 si,si,si..라며 고개를 끄덕거렸고...눈에 눈물까지 고여있었다.
나는 그녀의 그림이 좋다고 했고, 힘들더라도, 그림을 계속 해야만 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왜 나는...내 자신에게는 그렇게 이야기 해주지 못했을까.
힘들더라도, 음악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때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힘이 되는 말을 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위로해줄 수 없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일 또한 가식일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엘레나는,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더니 내게 깊은 포옹을 해주고 뺨에 키스해주었다.
내일 아침에 인사를 못할 것 같다며..내가 그녀의 그림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챙겨온 그녀의 그림이 새겨진 그녀의 엽서 한장이 손에 들려있었다. 왠지 나도 눈물이 날것 같았다. 그녀의 다정함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가 그린 도마뱀의 등에는,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작은 만다라들이 박혀있었다.
그녀는 그 만다라 기법을, 호주에서 배워왔다고 한다.
나는 그녀가 그녀의 그림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어째서, 때때로 삶은 예술가들에게 이리도 고단한가..
가진게 없다고 생각하는 엘레나에게 나는, 그녀가 많은 것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에게는 아즈퀘타와, 이 사랑스러운 장소, 그리고 아름다운 딸 코라가 있다고.
나에게는 이렇게 돌아갈 곳이...생겼다. 아즈퀘타.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을.
언젠가, 아코디언과 함께 아즈퀘타에 갈수만 있다면.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언제봐도 정겨운 조가비
소품 하나하나 너무 사랑스럽다. 호박 한덩이까지도.
이 곳이 나만의 안식처는 아니었나보다. 이미 여러 사람 목숨 구한 아즈퀘타.
따뜻한 오후의 햇살
도도한 그녀의 고양이. 8살이다, 참고로.
알베르게에 있던 까미노 관련 서적.
강렬한 색감이 매력적인 엘레나의 도마뱀. 등의 만다라가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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