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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뭄의 아코디언 세계 여행

쉐아는 작지만 단단한 친구였다. 이미 어떤 알베르게를 갈지 계획이 다 잡혀있었다. 대충대충 걷다가 도착해서야 알베르게를 느낌대로 잡는 나와는 정 반대의 부분이 있었다. 쉐아의 말에 따르면 5유로짜리 알베르게가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알베르게 중에는 기부금만 받고 운영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5유로면 굉장히 저렴한 알베르게에 속하는 편이었다. 대부분의 알베르게는 5-15유로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5유로는 우리 돈으로 대략 6500원 정도) 첫 날은 생쟝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미리 호텔 닷컴에서 예약해 알베르게를 잡았는데 좋지도 않았던 도미토리 룸이 17유로. 식사도 포함 안된 가격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호갱잡힌 것같아 너무 분통했다. 하긴 뭐...처음엔 다 그렇게 당하면서 강해지는 거겠지. 암튼, 다시..

까미노에서의 삶은 단순했다. 걷고, 숙소에 도착하면 씻고난 뒤, 시간이 좀 있을 경우 마을 구경을 한다. 그러면서 슈퍼 마켓에 들러 간단한 저녁거리와 아침거리를 사온다. 그 동안에 빨래를 돌리는 것은 필수. 저녁을 하는 동안 빨래를 널고 걷는다. 쉐아는 과연 1년동안 세계 여행을 한 여행자의 내공으로 모든 빨래를 야물딱지게 손으로 빨았다. 나는 걷기도 지쳐 빨래까지 손으로 할 힘은 도저히 없었다. 이렇게 단순한 생활을 하는 동안에 먹은 음식들 또한 단순한 조리법을 사용한 간단한 요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주로 즐겨 먹은 것은 삶은 달걀과 햄, 요거트, 과일들이었다. 산티아고를 걷는 동안 단순한 삶과 음식이 주는 행복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나는, 나의 시간을 걷는 것과 생각하는 것에 쓸 ..

우리의 리듬은 꽤나 잘 맞았고, 같이 이야기 하느라 발이 아픈 것도 잊고 수다를 떨며 까미노를 걸었다. 쉐아는 현재 홍콩에서 일어난 시위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홍콩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홍콩에 전혀 농사를 짓거나 과수원 등...식량을 재배하기 위한 시스템이 없다는 것에 놀랐다. 쉐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아마 홍콩이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닐까라고. 별 생각없이 질문을 던졌던 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홍콩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하며 걷는 동안, 우리는 오르막의 정상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사진 찍고 싶을만한 뷰가 몰려 있었고, 오르막길에 지친 순례자들을 위한 작은 휴식터도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누가..

의도치 않게 동행이 생겨버렸다. 까미노란 그런 곳이었다. 내 계획대로 뭐든 되지 않는다는 것. 인생과 참 닮았다 싶다. 첫 날 내게 좋은 알베르게를 알려준 홍콩에서 온 쉐아라는 친구를 만났다. 안그래도 그녀와 더 이야길 나누지 못한것이 아쉬웠기에, 무척 반가웠다. 쉐아는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1년 정도 세계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산티아고는 그녀의 마지막 여행지라고 했다. 영화를 보고 산티아고를 마지막 여행지로 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보다 훨씬 작고 어려보여서 이십대 후반인줄 알았더니 세상에나..마흔이란다. 마흔살이 된 기념으로 자신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며 세계 여행을 계획했다는 사랑스러운 친구였다. 쉐아와 나는 참 닮은 점이 많았다. 우린 작고 소소한 것들을 사랑했고, 누가 뭐랄것도 없..

이 날 아침의 날씨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하늘에 구름은 낮고 짙게 깔려 있어, 조금은 기분좋게 쓸쓸한 공기. 날씨 때문일까 괜스레 아침부터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다. 노란 화살표를 보면 안심이 된다. 오늘의 길은 해바라기 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길이었다. 누군가의 장난인지, 정말 저절로 씨앗이 그런 모양으로 떨어진 것인지 얼굴 모양 해바라기부터 노란 화살표 해바라기까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늘은 로레나에게 이야기하고, 나만의 리듬대로 걷기로 마음먹었다. 로레나는 아쉬워하는 기색이었지만, 다시 길 위에서 만나기로 하며 서로 응원을 해주었다. 그렇게 혼자 떠난 길 위. 천천히 산책하듯 걸으며, 내가 좋아하는 작고 아름다운 것들이 눈에 띌때면 잠시 멈추어 ..

팜플로나에 도착하기부터 다들, 팜플로나에 도착하면 타파스를 먹어야 한다고 난리였다. 그리고 팜플로나까지 걷게 될 길들이 아름다워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 내게 이야기해서 나름 기대를 했다. 팜플로나는 나바르 지역의 수도로, 꽤 큰 도시였고 첫 느낌은 고풍스럽지만 색채가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건물들이 오래되었지만, 다양한 색들로 칠해져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보라색 건물, 연보라색 건물들도 많았으니.. 팜플로나까지 가는 경로는 첫 날 헬 난이도였던 피레네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이었다. 길의 대부분이 마을들을 통해가는거라, 스페인의 마을과 도시,도로등을 보며 걷는 재미 또한 있었다. 자연과는 좀 멀어진 느낌이긴 했지만, 오르막이나 내리막도 별로 없는 평지 위주의 길을 걷는 행복이란. 스페인 ..

평소 운동도 안하던 저질 체력. 몸이 도대체 너 왜 이러냐며 여기저기서 연신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럼에도 신기했던건, 걷기 전이 제일 고통 스러웠고 막상 걷기 시작하니 그런데로 또 몸이 고통을 잊은 채 움직여주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마치, 오래 된 고물 자동차처럼. 시동 걸기까지 삐걱삐걱 거릴뿐 막상 시동이 걸리고나니 상쾌한 기분까지 들었다. 오늘은 꼴찌를 면해보고자, 나름 최선을 다해 걸었다. 어제 숙소에서 만난 이탈리아에서 온 로레나라는 56세의 할머니 친구를 만났다. 프랑스에 있을 때도 그렇고, 유독 나는 할머니 친구를 좋아한다. 특히, 로레나같이 나이만 할머니 나이이고 마음은 여전히 해맑아 소녀같은 그런 친구 말이다. 로레나는 나이가 무색하게, 나보다 훨씬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나의 페이스..

피레네는 만만하지 않았다. 특히나 평소 운동이라곤 전혀 않던 나같은 저질 체력에겐 더욱 더... 6시쯤 헉헉 거리며 욱신거리기 시작하는 무릎과 고관절을 부여잡고 산 속에 나 혼자 남는 느낌이란. 내 뒤로는 더 이상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 내가 오늘 피레네를 넘는 마지막 사람인 것 같았다. 처음엔 하나씩 둘씩 나를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이상하게 마음 초조했지만 꼴찌로 간다는 것은 나름의 마음 편함이 있었다. 까미노는 경쟁이 아니니까. 하지만, 내 바로 앞을 지나가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한참을 쉬다가 결국은 그 분들을 다시 만났을 때는 피레네를 넘어 숙소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나를 다시 만나자 나보다도 더욱 좋아하시며, 브라보를 외쳐 주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