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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코디언 (16)
시뭄의 아코디언 세계 여행

얀, 야누,야누쉬키. 그를 부르는 애칭은 다양했다. 난 처음에 얀이 게이인줄 알았는데, 여성스러운 말투와 몸짓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늘 함께 다니는 프랑소와라는 친구와 수상한 관계가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 나중에 그 이야기를 얀에게 하니 깔깔거리며 뒤로 넘어가게 웃는다. 얀은 상냥하고 다정한 친구였다. 개는 싫어하며, 고양이와 여자아이들을 사랑하는 취향 확고한 친구였다. 언젠가 얀은 내게 오스트리아에서 아코디언 하나만 들고 버스킹을 하던 시절 이야기를 해주었다. 유럽에서는 버스킹으로 돈을 벌 수 없다며, 오스트리아에서 아멜리에의 ost만 연주했을 뿐인데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자랑을 했다. 몇 곡 연주하고는 자리만 옮겨 같은 레파토리로 계속 돈을 벌었는데 그 돈이 꽤나 쏠쏠해서 여행 비용을 하고도 ..

프랑스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나이에 따라 존대어를 하는것이 아니라, 상대와의 친밀함에 따라 존대어를 쓰거나 말을 놓거나 한다. 콜레뜨는 상냥한 친구였다. 이제 막 프랑스에 도착해, 프랑스어라곤 하나도 할 줄 모르는 나에게 더듬더듬 영어로 프랑스어를 가르쳐 주곤했다. 콜레뜨가 어찌나 열성적으로 나에게 새로운 프랑스 단어들을 가르쳐 주는지 나는 그녀의 그런 애정어린 행동이 처음엔 의아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정많고 눈물도 많고 사람들을 돕기 좋아하는 콜레뜨가 이해가 되지만 그땐 콜레뜨에 대해 잘 모르던 상태였고, 나를 몹시도 챙겨주던 그녀의 호의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의심많은 성격이라 그런지 왜 나를 도와주는거지? 하는 마음이 더 컸었다. 콜..

학교에는 가끔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자전거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며 버스킹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이었는데 자전거를 밟으며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한다. 그러면 자전거 뒤의 포스터가 페달을 밟는 속도로 올라가면서 관객들을 위한 노랫말과 노래에 맞는 그림들이 천천히 올라가곤했다. 말하자면, 프랑스식 어쿠스틱 노래방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었는데, 줄리앙은 공연 전 관객들에게 코팅된 노랫말 종이를 일일이 나눠준다. 대부분 그가 연주하는 곡들은 프랑스 국민들이라면 모두 아는 '샹젤리제'나 국민 가요들이 많았기 때문에 쥴리앙이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다같이 떼창을 하곤했다. 그는 평소에는 조금 명랑하면서도 고집있는 캐릭터였는데, 공연을 시작하면 노련하게 멘트를 하면서 관객을 휘어잡곤 ..

생소브에서 차를 타고 10분정도 가면, 조금 큰 마을인 라 부불이 나온다. 매주 한번씩 벼룩시장과 유기농 야채 시장이 열리기도 한다. 마침 중국에서 온 옐로우 리버와 레이가 라부불 구경을 간다고해서 같은 중국인인 폴의 차를 타고 우린 들떠서 이동을 했다. 옐로우 리버는 프랑스식 이름이고, 사실 그의 이름은 황하. 하지만 중국어로 발음하니 발음하기 어려워서 그냥 옐로우 리버라고 부른다고 한다. 처음엔 조금 웃긴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부르다보니 입에 익숙해져버렸다. 학교에서 만난 중국 친구들은 모두 성격이 좋은것 같았다. 옐로우 리버는 농담도 잘하고, 유쾌한 성격이어서 사람들과 쉽게 어울렸다. 레이는 놀라운 실력의 클래식 아코디어니스트이다. 처음 그녀의 연주를 들었을때 깜짝 놀랐다. 체구는 작았지만, 연주할..

매년 프랑스의 튈이라는 지역에서는 아코디언 축제가 열린다고 했다. 아코디언 축제라니...너무너무 기대됐다. 학교 친구들과 다같이 가기로 했고, 친구들 중 몇몇은 그 날 연주를 한다고도 했다. 튈은 학교에서부터 차를 타고 3-4시간쯤 걸리는 거리였다. 나는 폴이라는 중국에서 온 친구의 차를 타고 가게되었다. 폴은 성격좋은 유쾌한 친구였다. 중국에서부터 악보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왔는지, 학교에 있는 그의 방에 놀러 갔다가, 책 무더기들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폴과 유스라 마침내 도착한 튈. 믿을 수 없는 정도의 규모였다. 내가 너무 좋아라하는 리챠드 갈리아노의 콘서트도 있었다. 프랑스에서 혹은 전세계에서 유명한 아코디어니스트들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또,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에 아코디언을 연주..

중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유학원을 통해 유학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영어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학교와의 연락조차 쉽지않았기 때문이었다. 메일을 몇 번 보내도 연락이 없어서 답답하던차에 유학원을 통해 연락을 하자 바로 답변을 받았다. 지금이야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때는 외국에 외국어로 직접 편지 한통 보낸다는걸 인생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때였다. 중요한 것은 아포스티유라는 프랑스어로 번역 된 공증서였는데, 준비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미리 준비하는게 좋다. 그 외에 프랑스에 가는 이유와 다녀와서의 계획등에 대한 글도 불어로 작성해야 했다. 비자 준비하는데 인터뷰도 있다고해서 걱정이 많았고, 프랑스 대사에 대한 불친절함으로 불편을 겪은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고..

한창 일던 커피 붐이 꺼지면서, 대다수의 카페가 일주일에 한 집 꼴로 망해나가던 때였다. 손님이 점점 줄어 일거리도 사라지면서 몸이 편해지는가 싶더니, 결국, 7년 일한 가게로부터 영원히 편해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잘. 렸. 다. 위기는 기회라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당시 이미 서른 중반이었고, 조금이나마 주식해서 모아둔 돈으로 겁도 없이 고가의 아코디언을 질러버려 나의 통장은 몹시 가벼워져 있었다. 인생에서 더는 물러날 곳이 없을 것 같던 시점이었다. 이쯤에서 나의 두 번째 아코디언과 인연이 닿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차츰, 연습량이 늘어나면서 별생각 없이 샀던 첫 번째 아코디언의 바람통이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악기 자체가 작다 보니 바람통을 자주 여닫아줘야 했고 그로 인해 ..

땅고. 고등학교 때 왕가위의 춘광 사설을 극장 개봉판으로 봤더랬다. 19금 영화였는데 교복 입고 당당히 친구와 손잡고 들어간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후 지금까지도 춘광 사설은 내 인생 영화가 되었는데, 이 영화로 피아졸라와 땅고를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줄곧 땅고를 배우고 싶은 마음은 있었고 결국 여차저차 땅고 동호회에 가기로 결심했다. 아무 생각 없이 자랑스럽게 땅고를 배우겠다고 부모님에게 말했다가 그 날 아버지와 심하게 다투었었다. 아버지도 젊을 때 춤을 배운 걸 안다. 그래서 더 나를 반대했던 것 같다. 아버지는 내가 옛날에 태어났으면 기생년이 되었을 거라고 했고, 홧김에 나는 한겨울에 반바지에 반팔티만 입고 맨발로 집을 뛰쳐나왔다. 그런 나를 엄마가 쫓아 나와 설득했고 결국 나는 아버지 앞에 ..